리더십 팀 앙상블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하나의 소리를 내기 위한 정렬의 과정

신임 리더의 세 가지 착각 – 2부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역할을 습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에 고착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직원들의 피드백을 보여 주며 특정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원래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라고 말하며 변화와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이들은 구성원들의 불만을 알고 있지만 ‘나’라는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이기에 자신도 어쩔 수 없다며 구성원들의 요구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 감당해야 하는 짐 정도로 취급한다.

이들의 ‘나’에 대한 고수는 교육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작은 실습 과제조차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꺼내며 시도를 주저하고, 나중에 팀원들과 연습하겠다는 말로 그 순간을 회피해 버린다. 이들이 특정 리더십 행동 개발을 회피할 때 내세우는 이유는 “그것은 내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마치 ‘나’라는 정체성이 지금껏 변한 적이 없고, 그래서 앞으로도 변할 수 없는 무엇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자아 정체성은 끊임없이 도전받고, 새로운 처지나 역할에 맞게 행동하라는 요구에 따라 재구성된다. 예를 들면 “너도 이제 초등학생인데 계속 엄마 품에만 있을 거야?”라는 요구에 아이는 차츰 의존성을 줄여 나간다. 엄마와 장시간 분리되는 것도 참고, 어느 순간 혼자서 등하교를 할 수 있게 변한다. 직장에 입사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인사팀 담당자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팀장님이 맨날 인사팀은 입이 무거워야 한다고 하시니까 어느새 과묵한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즉 그가 자신이 맡은 직무와 조직의 성격에 맞게 정체성을 재구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성격이 바뀌었다” 식의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왜 누구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변화를 거부하고, 다른 누구는 “원래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지만”이라고 표현할 만큼 큰 변화를 이루었을까? 허미니아 아이바라(Herminia Ibarra)의 역할 전환 연구는 정체성 변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상반된 태도를 잘 포착한다. 아이바라는 투자은행과 경영 컨설팅 펌의 직원들이 새로운 역할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주니어 사원에서 프로젝트 관리자로, 프로젝트 관리자에서 고객관리 책임자로 역할 전환을 겪은 사람들이 그의 연구 대상이었다.

조사 결과, 조직원들이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은 크게 모방 전략과 진정성 전략(True-to-self strategies)이었다. 모방 전략은 전적 모방(Wholesale imitation)과 선택적 모방으로 구분되었는데, 전적 모방은 한 명을 롤 모델로 삼아 그의 행동, 업무 스타일 등을 큰 변동 없이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선택적 모방은 다양한 롤 모델로부터 행동, 특성의 일부를 선택하고 조합하여, 일종의 맞춤형 모델을 만들어 모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전적 모방자는 상위 조직장을 롤 모델로 삼아 그의 업무 스타일을 거의 그대로 흉내 낸다. 반면 선택적 모방자는 의사결정 방식은 상위 조직장의 스타일을 모방하지만, 조직관리 스타일은 다른 본부 동료의 방식을, 고객 대응은 전 직장 상사의 스타일을 차용한다는 것이다. 선택적 모방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일(행동, 태도 등)을 시도하는 데 거부감이 없고,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많기 때문에 보다 유연하게 새로운 역할에 필요한 역량과 스타일을 찾아 나갈 수 있다.

진정성 전략을 채택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나로 존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연구에 참여한 한 직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누구를 모델로 삼아 나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발해야 하고, 스스로 발견해야 합니다.” 이들은 ‘척’을 경멸하고, 새로운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모방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거부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성 전략을 채택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기보다는 과거의 익숙한 행동과 스타일을 새로운 역할에 적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기존의 안전한 경계 안에서 점진적으로만 변화하려는 이들의 적응 방식은 새로운 역할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빠르게 충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아이바라는 이들이 “익숙한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기회가 줄어들고,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경험과 아이디어가 제한되어 새로운 가능성을 넓히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해졌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사람을 롤 모델로 삼아 상황에 맞게 그들의 특성을 선별하고 조합해 모방하는 선택적 모방자와 달리, 모방을 거부하는 이들은 새로운 역할 수행에 참고할 전략적 자원이 부족하고, 그에 따라 역할 적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리더십 개발에 소극적이게 만드는, “그것은 내가 아니다”라는 신념으로 돌아가 보자. 이 신념은 새로운 역할이 요구하는 특정 행동 수행을 ‘나’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꺼리게 한다. 그런데 특정 직무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특정한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할까?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역할’을 뜻하는 role은 프랑스어 roule(영어의 roll)에서 유래했다. roll은 그 당시 배우의 배역이 적힌 종이 두루마리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조직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과 흡사하다. 배우는 대본에 쓰인 캐릭터를 표현하고, 조직원은 직무기술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배우가 연출가의 지휘를 받으며 세부적인 표현을 조율하듯, 조직원도 상사(혹은 조직)의 지침을 받으며 업무 수행 방식을 조정한다. 작가와 연출가, 상사의 지시를 따른다고 해서 배우와 직무 수행자가 그저 피동적인 것은 아니다. 배우는 작가와 연출가의 의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해석을 담아 캐릭터를 표현한다. 직무 수행자 또한 맡은 직무에 기대되는 결과를 달성하는 데 있어 자신의 가치와 방식을 적용한다. 배우가 어떤 배역을 맡았다고 해서 실제 그 배역이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조직원도 특정 직무를 수행한다고 해서 그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정리하면, 리더라는 새로운 역할에 따라 새로운 행동과 태도가 기대된다고 해서 당신의 본질을 바꾸라는 요구로 느낄 필요는 없다. 배우가 배역에 맞게 연기하듯 당신도 직무나 역할에 기대되는 것을 수행할 뿐이다. 만약 역할 수행 중 자신을 잃은 것처럼 느껴진다면, 혹시 자신을 그 역할과 동일시하는 ‘메서드 연기’ 속에 빠져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역할과 자기를 구분하지 않은 채 맡은 역할이 자기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또한 정체성이라는 것은 고유하게 느끼고 지속되는 부분도 있지만, 일부는 환경적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간다. 그것이 바로 ‘적응’이다. 적응 과정에서 정체성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을 잃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체성이 확장되고 있으며 당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신임 리더의 세 가지 착각 – 1부

양민경
양민경
HR블레틴 대표 · 조직심리학 기반 리더십 설계 전문가. 조직이 스스로 변화하고 작동하도록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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