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Gen Z)들은 자기(self)가 중요하니까 옛날 방식으로 우리 조직의 철학을 주입하지 말고 자신들이 생각한 게 조직 철학과 일치하도록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설계하라”는 미션을 받았다는 인사 담당자는 너무 어려운 과제라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 뇌 조작의 영역 아닌가요?”라며 농담 섞인 반응을 보이며, 새로운 미션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나답게’, ‘나다움’이라는 표현의 확산에서도 드러나듯, 개인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뚜렷해지고 있다. ‘OO맨’과 같이 자신을 조직 구성원으로 지각하기보다 조직 안에서도 ‘나’로 존재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방인이라 할 수 있는 신규 입사자를 조직 구성원으로 전환해야 하는 인사 담당자들의 고민 또한 깊어진다.
‘나’를 중시하는 개인을 조직에 동화시키고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이 큰 도전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연구는 조직에서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직원의 적응과 성과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고의 자아를 이끌어내라
다니엘 케이블(Daniel Cable)과 공동 연구자들은 조직 정체성을 강조하는 사회화 전략보다 신규 입사자의 개인 정체성에 초점을 두는 전략이 근속, 업무 성과, 몰입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가정했다. 조직 중심적 사회화는 조직 구성원에게 기대되는 가치와 행동을 교육하는 데 초점을 둔다. 반면 개인 중심적 사회화는 최상의 자기와 진정한 자기를 인식하고, 이를 새로운 역할 수행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탐색하는 데 초점을 둔다.
조직 중심적 사회화는 신규 입사자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가치 변화를 촉진함으로써 조직 문화 적응을 돕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조직 정체성과 자기 정체성 간 차이가 있을 때에는 진정한 자기를 억제해야 하므로 심리적 긴장과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개인의 정체성에 초점을 둔 사회화 전략은 구성원이 조직 적응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하며, 진정한 자기 표현을 장려하기 때문에 근속과 성과, 몰입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았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인도의 한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현장 실험을 실시했다. 인도 콜센터의 연간 이직률은 50~70%로 사회화 전략에 따른 성과 차이를 확인하기에 최적의 맥락을 제공했다. 연구자들은 신규 입사자들을 개인 정체성, 조직 정체성, 통제 집단 세 그룹으로 나누어 1시간 과정의 오리엔테이션 세션을 진행했다. 개인 정체성 조건에서는 회사가 구성원의 자기 표현을 지원하고 있음을 알리고, 자기 성찰을 통해 신규 입사자가 최상의 자기를 새로운 역할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발표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었다. 조직 정체성 조건은 신규 입사자에게 회사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리고, 조직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한 자부심을 자극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었다. 통제 집단은 기술 교육과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으로 구성되었다.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 약 7개월 후 신규 입사자의 이직률을 분석한 결과, 조직 정체성 조건과 통제 조건은 직원들은 개인 정체성 조건의 직원들보다 이직 가능성이 더 높았다. 조직 정체성 조건과 통제 조건은 개인 정체성 조건에 비해 이직 가능성(odds of turnover)을 각각 250%와 157%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를 분석하기 위해 각 직원의 고객 만족도 점수를 분석한 결과, 개인 정체성 조건의 직원들의 성과가 통제 조건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정체성 조건의 계수 또한 음수 값을 나타내 개인 정체성 조건보다 성과가 더 나빴음을 시사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연구자들은 1차 실험의 결과가 다른 문화권과 조직에서도 적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포맷으로 2차 실험을 추진하였다. 2차 실험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실험 참가자들이 보수를 받고 연구 과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참가자의 주요 과제는 실험 데이터 입력으로 입력 양과 오류의 수를 통해 성과가 측정되었다. 직원 유지는 실험 둘째 날 실험실에 재방문하는지 여부로 측정되었다. 참가자들의 심리적 경험을 조사하기 위해 직무 몰입, 직무 만족도, 진정한 자기표현(authentic self-expression)의 측정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실험 결과, 개인 정체성 조건의 참가자들은 조직 정체성 조건과 통제 조건의 참가자들에 비해 더 높은 직무 몰입, 직무 만족도, 유지율을 보였다. 또한 개인 정체성 조건의 참가자들은 다른 두 조건에 비해 데이터 입력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더 적은 오류를 발생시켰다. 이 같은 개인 정체성 사회화가 직무 몰입, 직무 만족도, 직무 성과, 직원 유지에 미치는 영향은 진정한 자기표현(authentic self-expression)에 의해 매개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연구자들은 조직 문화와 완벽히 일치하는 직원을 선발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조직과 상이한 가치를 가진 직원들이 조직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게 조직의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하는 사회화 전략은 직원의 몰입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직이 기대하는 상에 맞춰 자신을 제시하는 것보다 진정한 자기 그대로, 자신의 강점을 일터에서 활용할 수 있게 장려하는 방식이 오히려 조직 헌신을 이끌어내는 데 더 효과적인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