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교육을 할 때 자신이 되고 싶은 리더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곤 한다. 표현 방식은 다양하지만 지향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손가락이나 깃발로 방향을 가리키며 자신이 앞장서는 그림이다. 이러한 유형의 리더들은 구성원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적시에 의사결정을 내리며 구성원을 이끄는 것을 리더의 중요한 역할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하나는 위계가 두드러지지 않게 사람들이 둥글게 위치해 있는 그림이다. 이러한 유형의 리더들은 구성원의 참여와 열린 소통을 지향하고 구성원을 지원하는 것이 리더의 핵심 역할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팀장이 된 리더들은 저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수행한다. 방향 제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더들은 구성원에게 업무를 명확하게 지시하고 진척 상황을 점검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구성원 참여를 중시하는 리더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성원 개개인의 의견을 듣고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려 한다. 그러나 리더십의 효과는 리더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얼마나 잘 실행했느냐보다 구성원에게 실제로 필요한 리더십을 제공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구성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리더는 지시하기보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의견을 구할 수 있다. 이때 해당 업무에 능숙한 고연차 구성원은 스스로 판단할 만큼의 직무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리더의 의도대로 자율성을 존중받는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저연차 구성원은 아직 직무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리더의 질문이 부담으로 다가오거나, 더 나아가 “의사결정은 팀장의 역할인데 왜 나한테 떠넘기는 거야”라는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위임 방식이 달라진다
리더십 전문가인 켄 블랜차드는 최상의 리더십 스타일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발달 수준에 따라, 즉 상황에 따라 적합한 리더십 스타일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발달 수준이란 역량과 헌신으로 정의되며, 헌신은 자신감과 동기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발달 수준은 일을 해낼 능력이 얼마나 있느냐 그리고 일을 할 마음이 얼마나 있느냐를 나타낸다.

블랜차드는 구성원의 발달 수준을 네 단계로 구분하며, D1에서 D4로 높아짐에 따라 구성원의 역량과 헌신이 변화한다고 말한다. 직무 지식이나 경험이 거의 없는 D1 단계는 역량은 낮지만 일에 대한 기대와 의욕이 높아 배우려는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일을 시작하면 역량은 조금씩 쌓이는 반면 일이 예상보다 더 어렵거나 흥미롭지 않다고 느끼면서 헌신이 낮아지는 D2 단계로 접어든다. 이 단계를 잘 극복하여 일을 배워나가면 역량은 높아지지만 아직 자신의 수행에 확신이 부족한 D3 단계로 이동한다. 이 단계의 구성원은 리더로부터 “잘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정작 자신은 역량에 확신을 갖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높은 헌신을 보이지만 다른 때는 그렇지 않은 가변적인 헌신을 보이게 된다. D4 단계에서는 역량과 헌신이 정점에 이르며 능숙한 업무 수행과 높은 자신감, 동기를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구성원의 발달 수준에 적합한 리더십 스타일은 어떻게 달라질까? D1 단계의 구성원은 의욕은 높지만 업무 역량은 부족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향 제시와 관리 중심의 지시적 스타일이 효과적이다. 즉 무엇을, 어떻게, 언제,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구성원의 수행에 도움이 된다. 반면 헌신은 이미 높기 때문에 리더의 지원적 행동은 상대적으로 적게 요구된다.
일정 수준의 역량은 갖추었지만 헌신이 줄어든 D2 단계의 구성원에게는 코칭 스타일이 적합하다. 아직 역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지시적 스타일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낮아진 동기를 북돋기 위한 지원이 함께 요구된다. 이를테면 “어떻게 처음부터 잘할 수 있겠어. 배우면서 느는 거지”와 같이 구성원을 격려하거나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역량은 갖추었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D3 단계의 구성원에게는 지원적 스타일이 적합하다. 구성원이 느끼는 업무에 대한 불안이나 고충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그의 역량에 대한 신뢰와 인정을 보여주며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단계의 구성원은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므로 지시적 행동은 최소화하되 가변적인 헌신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의견을 경청하고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등의 지원은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D4 단계의 구성원은 역량과 헌신 모두 높아 지시나 지원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위임 스타일이 적합하다. 업무 수행 방식이나 일정 등을 구성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이 단계의 구성원은 높은 자신감과 동기를 바탕으로 리더의 지원 없이도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정리하면, 구성원의 발달 수준에 따라 리더의 지시와 지원 수준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역량이 낮을수록 명확한 지시가 필요하며, 역량이 높아질수록 위임을 통해 구성원 스스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헌신이 낮을 때에는 격려, 인정, 경청, 참여와 같은 지원이 더 요구되지만 헌신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지원에 대한 의존은 줄어든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발달 단계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업무를 능숙하게 하는 D4 단계의 구성원이라도 업무 범위가 더 큰 프로젝트를 처음 맡았다면 그 업무에 대해서는 D1 수준의 발달 상태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다시 지시적 스타일이 적합하다. 즉 리더는 하나의 고정된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발달 수준과 상황에 맞게 리더십 스타일을 유연하게 조절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