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팀 앙상블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하나의 소리를 내기 위한 정렬의 과정

위임을 위한 네 가지 질문

현장에서 만난 리더들은 팀장이 되니 일이 너무 많다고 호소하곤 한다. 이들에게 위임을 통해 리더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으면 크게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업무 중에 무엇부터 위임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주저한다. 이처럼 위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위임을 망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위임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성원에게 맡기지 않고 리더가 직접 처리하는 방법은 당장에만 빠르다고 느껴질 뿐이다. 이 방식이 지속되면 리더에게 업무가 집중되어 리더 자신이 업무 진행 과정의 병목이 되기 쉽다.

둘째, 위임한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팀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뒷수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될까 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선뜻 위임하지 못하는 리더는 팀의 모든 업무를 세세하게 챙기는 경향이 있다. 리더의 이런 업무 스타일은 팀의 업무 수행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구성원들은 업무를 수행하는 중간중간에 리더에게 지침 확인이나 내용 검토를 요청하는 등 스스로 판단하고 진행하기보다는 리더의 결정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팀의 업무 속도는 더 느려진다.

구성원이 일을 잘 해낼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서 위임하기를 망설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맡겨보기 전에는 구성원이 일을 잘할지 못할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불안함에 망설이다가 위임했는데 팀원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기대한 것보다 높은 결과물을 냈다고 놀라는 리더들이 적지 않다. 설령 기대한 만큼 해내지 못하더라도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개선해 가며 역량을 키우는 것이지 하던 일만 반복해서는 역량이 커질 수 없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임을 통해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팀 성과에 더 유리하다.

위임의 효과는 무엇을, 누구에게, 어느 수준으로 맡기고, 어떻게 지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위임을 준비할 때는 다음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무엇을 위임할 것인가?
  •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 누가 적임자인가?
  •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무엇을 위임할 것인가?

위임을 고려할 때는 사람이 아닌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특정 업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구성원을 찾아 위임하는 것이다. 사람에서 출발하면 그가 수행할 만한 적당한 일을 찾아 맡기는 ‘위임을 위한 위임’ 쪽으로 흐르기 쉽다. 이 경우 구성원은 성장 기회가 아니라 가치가 낮은 일을 넘겨받았다고 느끼기 쉽고, 결과적으로 위임을 통해 기대한 성과는 얻기 어려워진다.

어떤 일을 위임할지 결정하려면 먼저 자신의 업무를 들여다봐야 한다. 현재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 중 ‘리더가 해야 할 일’과 ‘다른 사람들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한다. 예를 들어 인사 평가는 리더 고유의 책임 영역으로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여러 부서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민감하거나 위험한 업무라면 리더 고유의 책임이 아니더라도 리더가 직접 맡는 것이 더 적합하다. 이러한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에 대해서는 위임을 고려할 수 있다. 단 업무의 내용과 기대 결과를 구체화해야 위임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위임할 업무를 결정했다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분석한다. 역량은 크게 사고, 실행, 대인관계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부서와 협업이 필요한 신제품 출시 프로젝트의 경우 일정 관리, 우선순위 설정, 조정 역량이 요구된다. 반면 시장 조사와 같이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업무라면 정보 수집, 분석적 사고, 보고서 작성 역량이 중요하다. 채용과 같이 사람을 선발하는 업무를 맡긴다면 네트워크 구축, 관계 형성, 설득, 프로세스 관리 역량이 필요하다. 이처럼 특정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어떤 역량이 요구되는지 먼저 도출하면, 그 업무에 적합한 구성원을 선별하고 매칭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누가 적임자인가?

위임할 업무를 정하고 필요한 역량을 점검했다면, 다음으로는 누가 그 업무를 맡기에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현재 해당 업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살펴 맡기는 것이다. 일정이 촉박하거나 실패의 비용이 큰 업무라면 이미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충분히 갖춘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안정적이다. 그러나 이 방식만 사용할 경우 역량이 뛰어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위임 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업무가 특정 구성원에게 지속적으로 집중되면 과부하로 인한 번아웃과 동기 저하를 일으키며 자칫 조직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다른 구성원들 또한 중요한 업무나 성장 기회가 특정 사람에게만 주어진다고 느끼며 불공정 인식이 강해져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

현재 역량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해당 업무를 해보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했거나 성장 욕구가 강한 구성원이 있다면 위임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도전적인 업무는 구성원의 몰입도를 높이고 역량을 개발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는 구성원의 역량 수준에 맞게 위임의 정도와 지원 범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아래의 예시는 위임 수준에 따라 리더가 전달하는 업무의 기대 결과, 권한의 범위, 진척 점검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 준다.

위임 수준이 높은 경우
종무식 행사 대행 용역 관련, 업체 선정부터 계약까지 OO 님이 맡아 주세요. 업체 미팅과 계약 조건 조율은 OO 님이 진행하고, 진행 상황은 매주 주간회의에서 공유해 주세요. 이번 행사 예산은 OO원이니까 이 금액을 초과하지 않도록 준비해 주세요.

위임 수준이 낮은 경우
종무식 행사를 맡길 만한 업체를 조사해 주세요. 기획 및 운영 경험, 서비스 내용, 견적 등을 기준으로 각 업체의 장단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10페이지 이내로 O월 O일까지 보고해 주세요. 정보 수집을 위해 필요한 메일, 유선 등의 업체 소통은 OO 님이 자유롭게 진행해 주시고, 업무 중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저에게 물어보세요.

위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위임 수준이 높을수록 구성원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커지고 책임의 범위가 넓어지며 리더의 개입은 줄어든다. 반면 위임 수준이 낮을수록 기대 결과와 행동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리더의 개입 빈도도 높아진다. 간혹 위임을 방임으로 착각해 업무를 맡긴 후 전혀 관여하지 않는 리더들이 있다. 그러나 위임은 단순히 업무를 배정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그 업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이렇게 위임할 업무와 적임자를 정했다면 그 내용을 해당 구성원에게 전달한다. 이때 위의 예시와 같이 위임하는 업무의 범위, 기대 결과, 기한, 권한 수준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위임 내용을 설명한 후에는 “좀 더 명확히 해야 할 것이 있나요?”, “이 일이 잘 진행되려면 제가 무엇을 도와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구성원의 견해를 듣고 필요한 자원이나 지원을 확인한다.

업무를 맡긴 후 리더들은 지원의 통로를 열어 두기 위해 구성원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리더의 의도와는 달리 구성원들은 리더를 쉽게 찾아가지 못한다. 리더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자신의 역량 부족으로 비칠까 봐, 또는 자잘한 일로 리더를 번거롭게 할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위임한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하려면 구성원이 위임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리더가 나서서 진척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임한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잘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려움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렇게 직접 대화를 시도하며 구성원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처음 위임하는 거라면 서로의 업무 스타일이 다르거나 기대 결과를 다르게 이해하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보다 점검 주기를 짧게 설정해야 문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양민경
양민경
HR블레틴 대표 · 조직심리학 기반 리더십 설계 전문가. 조직이 스스로 변화하고 작동하도록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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